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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날다] 보호자와 함께 한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

[수업날다] 보호자와 함께 한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

디지털 성폭력을 찾고 신고하는 적극적 활동 수업
피해자가 되었을 시 주도적인 해결방안 안내

박효진 교사 l 기사입력 2022-10-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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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사이버 수사대에 여러분의 SNS세상에서 발생한성폭력을 신고하세요!”라고 하자 학생들이 잠시 쭈뼛거리더니 금세 보호자를 한 분씩 모셔 와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했고 보호자들께서는 학생들의 신고에 호응하시며 ‘여러분의 신고로 검거!’라는 라벨을 성폭력 행동 위에 붙여주셨다. ©박효진 교사 제공



 

지난 여름 여성위원회에서 페미교사캠프 준비를 함께 했는데, 나는 성교육, 디지털성폭력예방교육을 안내해줄 전문가를 섭외하는 일을 맡았다. 요즘 성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들이 생겨나 궁금했는데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에서 흔쾌히 강의를 수락해주셔서 이수지 대표에게 학생들과 나눌 수 있는 쉬운 설명과 흥미로운 활동들을 배우게 되었다.

 

배움이 생생할 때 빨리 수업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3년 만에 보호자 공개수업을 준비하라기에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을 주제로 정했다. 보호자들께서는 다른 교과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실 테지만 나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해 보호자와 학생이 함께 알아주길 바랐다. 왜냐하면 디지털 성폭력은 빠르게 대처할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학생 피해자가 대응 방식을 선택하는 데에 보호자의 태도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개수업일, 6학년이지만 열일곱 분의 보호자들께서 교실을 방문하셨다. 오늘 수업 주제를 왜 ‘디지털 성폭력’으로 정했는지 말씀드렸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 미성년자는 보호자에게 통지되는 상황을 우려하여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신고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또 보호자가 조사에 동참하는 경우 대부분 성착취 상황을 진술하지 못하거나 축소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 성폭력 사건들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미성년자가 큰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피해가 발생한다면 학생과 보호자께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또 무심코 가해자가 되지 않고 서로를 잘 보호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1. 먼저 성적자기결정권, 성폭력, 디지털 성폭력의 개념과 예시를 안내했다.

 “모든 성적자기결정권 침해행위가 다 법적으로 신고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있고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성폭력이 발생한다.”(책 ‘헬로 섹슈얼리티(라라스쿨)’ 발췌)

 

이 내용을 넣었는데, 일상에서 소소하게 일으키는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를 법망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가볍게 생각지 않길 바라서였다. 피해자 역시 법적인 해결 외에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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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소소하게 일으키는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를 법망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가볍게 생각지 않길 바라서였다. 피해자 역시 법적인 해결 외에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안내했다. ©박효진 교사 제공


 

2. 디지털 성폭력이 가지는 특징을 설명했다.

공간의 제약 없이 빠른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범죄 구역이 넓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다는 것, 복제, 유포가 쉬워 피해가 누적되고 삭제가 어렵다는 것 등이었다.(페미교사캠프 ‘라라스쿨’ 교육 참고) 덧붙여 최근 디지털 성범죄 관련한 통계를 보여주었는데 2018년부터 매년 약 두 배씩 늘어나는 피해 건수를 보며 모두가 놀랐다.

 

3. 디지털 속 성적자기결정권을 안내했다.

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실천해야 할 디지털 속 책임을 알아보았다. 예를 들어 ‘원하지 않는 성적인 영상을 보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적인 영상을 공유하지 않을 책임’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4. 우리의 책임을 숙지한 뒤 모둠활동을 준비했다. (라라스쿨에서 배운 활동을 약간 수정하였다.) 

-모둠별로 선택한 SNS 로고가 있는 4절지를 한 장씩 받는다.(예 : 페이스북 모둠, 틱톡 모둠 등) 그 안에는 디지털 세상을 위험하게 하는 행동이 적힌 종이 7개를 미리 붙여두었다.

 

-학생들에게는 각각 디지털 세상을 위험하게 하는 행동 2개와 안전하게 하는 행동 4개가 적힌 라벨지를 나누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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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활동은 아래와 같다. 

우리 모둠의 SNS세상에서 잠시 로그아웃하고 3분간 다른 모둠의 SNS에 로그인해서 활동합니다. (3분 동안 자기 모둠을 제외한 다른 모둠의 종이에 ‘위험 행동’이나 ‘안전 행동’을 붙일 수 있다.)

 

디지털 세상을 안전하게 하는 행동은 +1점, 위험하게 하는 행동은 –1점입니다. 마지막에 점수가 가장 높은 모둠은 선물을 드리고, 2위인 모둠은 소감 발표를 하겠습니다.(이 조건 때문에 다른 모둠의 SNS세상에 ‘위험 행동’을 붙일 수도 있다. 그릇된 이익을 취하려고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상황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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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SNS세상마다 내가 미리 붙여둔 ‘위험 행동’에 기겁하며 그 옆에 ‘안전 행동’을 붙여주었다. ©박효진 교사 제공


 

3분의 시간 동안 학생들은 다른 모둠의 SNS세상을 돌아다니며 활동했다. 각 SNS세상마다 내가 미리 붙여둔 ‘위험 행동’에 기겁하며 그 옆에 ‘안전 행동’을 붙여주었다. ‘안전 행동’을 다 붙이고 ‘위험 행동’만 남은 라벨지를 들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 학생들이 “종이 꼭 다 붙여야 해요?”라고 묻기에 선택할 수 있다고 답해주니 아낌없이 남은 종이를 버리는 모습을 보며 살짝 감동했다. 

 

3분이 지난 뒤 학생들은 다시 자기 모둠의 SNS세상으로 돌아와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았다. “아니 누가 이런 짓을 하고 간 거야.” 하고 화내는 모습이 반가웠다. 이제 다음 차례다. 안타깝게 벌어진 일이지만 우리는 행동하고 해결할 수 있다.

 

참관 오신 보호자들께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역할을 부탁드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면 모둠은 해당 ‘위험 행동’의 –1점을 없앨 수 있다. 아쉽지만 디지털 성범죄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분당 3건의 사건만 해결할 수 있다고 했고, 연쇄 범죄 확인을 위해 한 곳의 사건을 해결하면 다른 SNS를 방문하시게 하여 한 모둠만 유리하지 않도록 했다.

 

“각자 사이버 수사대에 여러분의 SNS세상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신고하세요!”라고 하자 학생들이 잠시 쭈뼛거리더니 금세 보호자를 한 분씩 모셔 와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했고 보호자들께서는 학생들의 신고에 호응하시며 ‘여러분의 신고로 검거!’라는 라벨을 성폭력 행동 위에 붙여주셨다. 디지털 성폭력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신고하는 이 장면이 이번 수업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모둠별로 최종 점수를 계산하게 했다. 학생들은 적힌 내용을 꼼꼼히 읽으며 +1, -1을 해나갔다. 간혹 애매한지 이것은 +냐, –냐 하며 갸웃거리기도 했지만 서로 이야기하며 바른 결론을 찾아갔다. -점수가 나온 모둠은 없었고 10점 이상 나온 모둠이 더 많았으며 20점인 모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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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를 경험했을 때 가족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부모님께 혼나지 않을까,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이 곤란에 처하지 않을까 망설이는 사이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박효진 교사 제공


 

마지막으로 피해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안내했다. 피해자가 혼자 고민하지 않도록 지지하는 글은 동시에 주변인이 갖출 태도를 안내하고 2차 가해를 주의하게 할 것이다. 피해를 경험했을 때 가족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부모님께 혼나지 않을까,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이 곤란에 처하지 않을까 망설이는 사이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 가해자가 말하기 전에 주변에 먼저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면 언제 폭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지 않아도 되고 가해자 역시 협박을 계속하기 어려워진다. 가해자에게 부모님이 다 알고 있으니 폭로해도 별 소용이 없을 거라고 냉정하게 말할 수도 있다.

 


나를 정말 아끼는 사람의 실망과 분노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책 ‘보통의 경험(한국성폭력상담소)’


 

전날 학급 밴드에서 급히 했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자신이 만약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가 된다면 누구와 상의하겠는가 하는 질문이었고 중복투표가 가능했다. 참여한 16명의 학생 중에 11명이 나를 선택해주었다. 그리고 엄마 8명, 경찰 5명, 아빠 4명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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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학급 밴드에서 급히 했던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자신이 만약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가 된다면 누구와 상의하겠는가 하는 질문이었고 중복투표가 가능했다.  ©박효진 교사 제공




혼자만 알고 있겠다거나 혼자 해결하겠다는 학생은 없어 다행이었다. 이 설문을 빌어 보호자께 학생이 어려움을 겪었을 때 피해를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다양한 피해자 지원 기관도 알려주었다. 안내한 곳 중 한 곳 빼고는 공공기관이 아니라고 하니 학생들이 놀랐다. 그럼 다 어떻게 운영되는 거냐는 볼멘소리에 기부금으로 운영되겠지라는 짠한 답이 오고 갔다. 적절한 시점에 다음 슬라이드에는 우리 페미교사캠프 바자회 수익금 311,000원을 ‘십대여성인권센터’에 기부하고 받은 기부증서와 내가 후원하고 있는 ‘수원 여성의 전화’ 페이지가 떴다. 국가의 빈틈을 시민들은 늘 기꺼이 채워왔고 그런 시민성에 대해서도 학생, 보호자와 공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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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질이 나쁜 디지털 성범죄는 미성년 가해자라도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이후 취업도 제한받을 수 있다. ©박효진 교사 제공


 

한편 가해자가 되어 다른 사람의 삶과 자신의 인생을 망치지 않도록 엄중한 경고도 날렸다. 죄질이 나쁜 디지털 성범죄는 미성년 가해자라도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이후 취업도 제한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 서사를 아카이브하는 경향신문 플랫팀의 최근 기사를 몇 개 추려 안내했다.

 

‘n번방’ 이후 경찰 디지털성범죄 전담인력 ‘10명’ 늘었다 

‘제2n번방’ 피해자가 가장 먼저 찾았던 지원센터, 내년 추가 예산 ‘0원’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 신고해도 70%는 ‘조치 없음’

 

몇 개의 기사만 보아도 성폭력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어떤 사회를 양분 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 변화도 함께 만들어야 함을 알리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참관을 못하신 보호자들께도 학급 밴드로 오늘 수업을 안내했고 참관록과 밴드의 댓글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시간이었어요~!!”

“오늘 수업은 아이들이 알고 있어야 할 알찬 내용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내용들을 많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공개수업 한 달여 뒤 친구들끼리 사진을 찍고 올리는 문제로 아웅다웅하는 듯 싶더니 한 학생이 “저번 수업에서 동의를 받으라고 배웠잖아.”하여 나를 감동시켰다. 효능감에 차서 생각해보면 험한 세상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젠더 폭력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정부에 맞서 나는 교육희망에 수업을 나눈다.

 

출처: 교육희망 http://m.news.eduhope.net/24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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